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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파월 장병들은 지금도 고엽제와 전쟁중

SaigonKim 2009. 5. 2. 23:29


[중앙일보-29면] 파월 장병들은 지금도 고엽제와 전쟁 중


"우리가 조국을 사랑한 만큼만 우리를 사랑해 달라!"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싸웠음에도 자신을 다시 사지로 몰아 방치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람보’가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으로 남긴 인상적인 한마디다. 이 땅에도 노구를 이끌고 ‘람보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베트남 전장으로 떠나는 배에 청춘을 실었던 32만 명의 참전자와 가족들도 그 한 예다. 사선을 넘나드는 이국의 전장에서 꽃다운 대한의 청년 5000여 명이 전사했고, 1만6000여 명이 부상했으니 피눈물 어린 애통한 역사였다.  

그러나 이 ‘애통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60대에서 70대 이르는 파월장병들 중 10만여 명은 벌써 세상을 떠났다. 생존자 중 12만여 명이 ‘고엽제후유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보상을 받고 있으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이 법률은 2012년으로 효력이 종결되는 한시법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분명히 고엽제 피해로 본인들은 인식하며 30년이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고엽제 피해자로 판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 자체를 받지 못하고 있는 파월장병들이 10여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한번쯤이라도 이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구제는 그들이 전장에서 돌아온 지 사반세기가 지난 뒤인 1998년 1월부터였다. 법률 시행 이전에 고엽제 피해자들은 사회적 냉대와 취업 곤란 속에서 고엽제 피해를 대물림 받은 자녀의 교육마저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 속에 살아왔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파월장병들이 고엽제를 맞아 시들어 가면서 흘린 피땀의 대가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를 조국에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하나는 보릿고개를 연례행사로 치르던 시절 경제발전의 초석을 그들이 다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의 첫 단추’를 확실하게 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고하게 한 주인공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고엽제 피해자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국가적 보은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비단 월남전참전 피해자뿐만 아니라 조국과 민족이라는 공익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애절한 소망은 더도 말고 그들이 ‘조국을 사랑한 만큼’이라도 조국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보는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기본권 제한의 최소원칙과 기본권 최대보장의 원칙”을 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가 고엽제 피해자들과 같은 공익을 위한 희생자들에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작게는 가정과 이 사회, 나아가 국가의 토대를 굳건히 하려면 “고난이 있는 곳에 영광도 있다”는 평범한 믿음이 최소한 지켜져야 한다.

- 홍원식 / 한·베트남고엽제전우후원회 법률자문단장